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생긴 최초의 육상 식물로 풀과 나무가 등장하기 이전인 4억년 전에 등장하였다. 이끼는 주로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며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남·북극 빙하지역에서 생존할 정도로 혹독한 환경도 잘 견디는 생명력 강한 식물이다. 이끼가 현재까지 지구상에 자리 잡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생존전략은 아침이슬을 통하여 하루치 수분을 흡수하는 방법과 태양의 열기가 식는 밤이면 어느 정도 온기를 간직한 바위표면의 온도와 공기의 온도가 차이로 발생한 수증기가 물로 응결되는 것을 흡수하는 것이다. 이끼는 습도, 수분, 햇빛양 등의 조건이 적절하면 생기기 때문에 산과 계곡 곳곳에 작은 이끼 천국이 숨어 있다. 얼핏 보면 바위 표면에 붙은 이끼들을 같은 종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여 인류가 아직 모르는 종이 더 많다. 이끼 종수는 자료마다 다른데, 대략 1만 3천에서 2만 3천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끼는 상록수로 이루어진 숲속에서는 상록수가 만드는 습한 그늘을 이용하여 촘촘한 초록의 카펫을 만들지만, 낙엽수로 이루어진 숲속에서는 가을의 낙엽이 떨어져 덥기 때문에 숨 쉬기 힘들어 생육하기가 어렵다. 이끼가 좋아하는 곳은 나무 그루터기, 넘어진 통나무, 바위 위나 낭떠러지 같은 낙엽이 떨어지지 않거나 낙엽이 쉽게 날아가는 곳이다. 토양과 대기가 바로 맞닿는 얇은 표면에 즐겨 서식한다. 특히 고목에 이끼가 많은 이유는 나무가 일부 썩어서 습기를 머금기가 좋다. 고목의 이끼는 마음이 편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이끼계곡 중 가장 유명한 지리산 이끼계곡은 태곳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신비롭고 매혹적인 초록빛이다. 융단보다 더 부드러운 촉감, 거친 폭포와 다른 이끼사이로 떨어지는 물소리는 인간의 청각을 자극하여 감동을 준다.
이끼는 습기가 많아 실내 공기정화에도 효과적이며 휴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동해 위험도 적다. ‘헛뿌리’로 명명되는 이끼의 뿌리는 양분과 물이 지나가는 관이 따로 없고 단지 물체를 땅에 붙이는 역할만 한다. 뿌리가 어디에 부착돼 있어도 잎만 살아있다면 생존의 문제가 없어 응용하기도 참 편한 식물이다. 이끼는 관다발조직을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과는 달리 높이 자랄 수가 없다 대신 땅을 . 기면서 자라거나 관다발식물의 줄기나 가지에 매달려 자란다. 뿌리는 물을 흡수하지는 못하는 대신에 온 몸으로 물을 흡수할 수 있다. 이끼의 질감이 융단 같은 이유는 뭉쳐서 자라는 전략으로 건조함을 견디기 위함이다. 높이 자라지 못한다지만 습도가 100%에 가까운 우림 지역에선 50cm까지 자라는 이끼도 있다.
이끼는 식물이 전혀 없는 곳에 맨 먼저 정착해 다른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준다. 이끼가 자라면서 흙은 다른 식물이 살 수 있는 부식토로 바뀌기 때문이다. 또 이끼는 작은 동물에게 안식처와 먹이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작은 이끼가 생태계에 미치는 역할은 매우 크다. 이끼는 나뭇잎처럼 이물질을 거르는 막 같은 층이 없기에 같은 면적의 나무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정화한다. 약간의 물만 있으면 번성하기 때문에 산불이 발생한 곳에 인위적으로 이끼를 생육시키면 토양의 생태를 빠르게 재생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들어 어려운 방법이다. 또 이끼는 인간이 소화 가능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대체 식량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이끼는 비를 저장하고 조절하는 기능도 대단하다. 이끼는 세포 속에 대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어 평균적으로 자기 몸무게의 5배 정도의 물을 몸에 가둬둘 수 있다. 특히 이탄이끼의 경우에는 그 양이 최고 25배에 달한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비가 왔을 때 이끼는 많은 물을 저장해 홍수와 강의 침식 등을 막고, 비가 잘 내리지 않을 때는 저장했던 물을 내놓아 피해를 줄이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숲의 홍수와 가뭄 방지 기능에는 이끼의 역할도 크다.
1980년대 영국북부 습지에 자생하는 이끼가 추정 4억 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했는데 목재 생산을 이유로 나무를 심기 위하여 습지와 이끼를 훼손했다. 하지만 이곳 생태계의 4% 수준의 식물 질량만으로 스코틀랜드의 모든 가정과 산업 시설에서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을 흡수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1997년부터 습지를 되살리기 위해 나무를 도로 베어내고 다시 습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