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屛風)은 그림이나 글씨, 자수 등을 *배접(褙接)하여, 나무틀에 밑종이를 여러 겹 붙여 만든 판에 다시 붙이고 판들을 연결하여 세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족자, 화첩, 두루마리와 더불어 한국 회화의 *장황(粧䌙, 裝潢) 형식 중 하나다.
‘병풍 병(屛)’자는 ‘주검 시(尸)’와 ‘아우를 병(幷)’을 결합한 문자다. ‘尸’자는 사람의 주검이 축 늘어져 있는 형상을 나타낸 글씨로 옛날에는 우상의 뜻으로도 해석되었다. 그 뜻은 ‘진열하다’, ‘쫓아내다’, ‘울타리 치다’, ‘물리치다’로 해석할 수 있다. 『논어』에서도 ‘尸’자를 예배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병(幷)’은 두 사람의 발을 묶어놓은 형상이다. ‘尸’와 ‘幷’을 결합한 ‘屛’자는 제사상이 병풍 앞에 차려지고 그 앞에 사람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병풍은 이름 그대로 바람을 막고 뭔가를 가리는 용도로 처음 만들어졌다. 쓰임새가 다양하고 이동이 편리해 원하는 곳에 놓으면 손쉽게 가려지고, 공간을 나눌 수도 있다. 하나의 방안에서 특정한 공간을 죽은 자와 산 자의 공간으로 나뉘고, 여인의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 마련되기도 한다. 겹겹이 접힌 것을 펼치면 한 폭의 작품이다.
병풍은 장방형으로 폭과 폭을 서로 연결하여 잇따라 접었다 폈다 하게 되어 있다. 두 폭으로부터 열두 폭까지 짝수로 만들며, 용도에 따라 높낮이와 폭수가 달라진다. 한 면은 무릉도원, 십장생, 화조 등 채색도이며, 다른 한 면은 교훈이 되는 글씨가 주로 쓰인다. 채색도는 장식용으로, 글씨가 있는 면은 상례나 제례에 쓰인다.
병풍은 중국 한나라 때 만들기 시작하여 당나라 때 우리나라에 전해졌다고 한다. 두 폭짜리를 가리개 또는 곡병(曲屛), 머리맡에 치는 것을 머릿병풍 또는 침병(枕屛), 수를 놓아 꾸민 것을 수병(繡屛)이라 한다.
병풍은 서양에는 없고, 중국, 일본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달했다. 서양 건축물은 석조로 벽화가 많고, 중국은 벽돌집으로 그림이나 글씨, 무늬 대리석을 벽에 붙이는 부벽화(付壁畵)가 많고, 일본은 다다미(畳)와 후스마(襖, 칸막이)로 이뤄진 목조 건축물로 후스마에 붙이는 후스마에(襖絵、障屛畵)가 발달했다. 이에 비해 온돌방과 마루로 구성된 우리나라는 그림을 붙일 벽면이 제한적이어서 그림을 접고 간편히 이동할 수 있는 병풍화가 발달했다. 온돌구조 특성상 바닥을 중심으로 난방해서 벽 쪽에서 불어오는 웃바람을 막아 줄 병풍이 필요했다. 우리 병풍은 밑부분에 짧은 다리가 있어 온돌의 열기에 의한 뒤틀림이나 바닥의 더러움으로부터 손상을 방지했다.
병풍은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길례, 상례, 군례, 빈례, 가례를 비롯한 국가의 주요 행사에 사용되었다. 민간·사대부가에서는 돌잔치, 과거급제, 혼례, 회갑연 등 경사스러운 잔치에서부터 상례나 제례에 이르기까지 관혼상제에 병풍이 펼쳐졌다. 실내 장식용이나 바람막이뿐 아니라 가리개로도 자주 사용했다. 해방 후에는 혼수품으로 자수병풍이 인기 있어 ‘병풍계’가 유행하였다. 시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인간의 삶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시각매체가 병풍이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3월 30일 십장생도(山, 水, 芝, 日, 鹿, 鶴, 竹, 龜, 松, 石)를 16장의 우표에 담은 병풍 우표를 발행한다. 1980년 한국의 미 시리즈로 일월곤륜도, 화조도, 십장생도 병풍에 이어 1999년 문자도, 2021년 화조영모도, 2022년에는 책가도 병풍이 우표에 담겼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병풍도 있다. 국보로는 고산구곡시화도 병풍(제237호), 김홍도 필 군선도 병풍(제139호)이 있고, 헌종 가례진하도 병풍, 신구법천문도 병풍, 보은 법주사 신법천문도 병풍,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등이 보물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올해 4월 30일까지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시회에 장승업의 홍백매도 병풍, 이상범·변관식·허백련·김은호 등의 사계산수도 병풍 등 조선시대부터 근대기까지의 병풍이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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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배접(褙接): 종이, 헝겊 또는 얇은 널조각 따위를 여러 겹 포개어 붙임.
*장황(粧䌙/裝潢): 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책이나 화첩(畫帖), 족자(簇子), 두루마리(卷軸) 따위를 꾸미어 만듦.
[참고문헌]
·유홍준의 문화의 창-병풍의 나라, 중앙일보(2023.2.16.)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