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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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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 집배원 영웅의 때늦은 귀환
등록일 2018. 6. 19.
첨부파일 up20180619174514254.jpg

우표 뒷이야기 91. 두 집배원 영웅의 때늦은 귀환

1915년 1월 14일 전남 화순우편소 김복만 체송원은 우편물과 과초금을 광주우편소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우편소는 지금의 우체국, 체송원(遞送員)은 집배원, 과초금(過超金)은 우체국의 보유액이 많을 때 더 큰 우체국으로 보내는 돈을 말한다. 때는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날 밤이었고, 우편물과 현금을 보호하기 위해 김 집배원의 동생(성명 미상)과 헌병보조원(이경태)이 동행했다.

김 집배원 일행은 광주로 통하는 너릿재를 넘었다. 너릿재는 화순읍 이십곡리에서 광주 동구 선교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여지도서> <대동지지> 등에 판치(板峙)로 소개되지만 동학농민군이 무더기로 처형됐다고 해서 널재라고도 불렀다. 한국전쟁 때는 빨치산과 국군이 대치했으며, 평소 대낮에도 산적이 나올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행실이 고약한 사람을 ‘칼 들고 너릿재나 갈 놈’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지난 4월 4일 ‘순직 우정인 추모제’에 참석한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이 순직 우정인을 추모하며 분향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김 집배원 일행도 어둠 속에서 괴한의 피습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와 동생, 헌병보조원까지 모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몇 개월의 수사 끝에 범인은 고액의 과초금을 노린 화순주재소의 한 직원으로 밝혀졌다. 당시 우편소는 우편물과 과초금을 지키다 순직한 이들 3명의 비석을 세워 희생을 기렸다.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후손이 없는 김 집배원과 그 동생의 묘역을 명절 때 화순우체국 직원들이 벌초하고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1936년 낙동강 홍수 때 순직한 구미우편소 이근호 집배원도 추모비만 남아 있고 자세한 기록이나 유가족은 확인되지 않는다. 당시 그는 집배를 위해 폭우를 뚫고 경북 구미 해평에서 강을 건너다 강물에 휩쓸려 집패포를 안은 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맡은 임무를 다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고인의 책임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해 구미우편소에 추모비가 설치됐으며, 해마다 정보통신의 날(4월 22일)에 우정노조 구미지부장이 제주가 되어 추모제를 지내왔다.

이 집배원 추모비는 오래 전 청사를 개축하면서 무연고 비석으로 간주돼 땅에 묻었으나 그 후 집배원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다시 복원했다는 얘기도 구전된다. 1985년 구미우체국을 송정동 신청사로 이전하고 그 자리가 원평동우체국으로 바뀐 뒤 한때 이 집배원 추모비 이전이 검토됐으나 원래 자리에 두는 것이 합당하다는 최종 판단에 따라 청사 후정으로 옮겨 지금껏 보존하고 있다.

전설로만 전해오던 이들 두 집배원의 이름이 충남 천안 태조산 기슭에 위치한 우정공무원교육원 내 추모공원의 순직비에 새겨졌다. 화순·구미우체국 직원을 비롯한 우정인들의 오랜 염원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월 4일 이들을 순직비에 추서한 이후 첫 ‘순직 우정인 추모제’를 노사 합동으로 열었다. 순직 우정인 유가족과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 이항구 전국우정노조위원장, 박기배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노조 부위원장, 한병천 별정우체국중앙회장 등 150여명이 참석해 헌화와 추모 의식을 거행했다. 우정인추모공원 순직비에는 현재 524명의 순직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추모공원에는 순직비와 별도로 1927년 전북 전주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이시중 집배원, 1980년 충남 안면도에서 폭설을 무릅쓰고 한 통의 농민신문을 배달하다 순직한 오기수 집배원, 2011년 급류에 휩쓸려 가면서도 소중한 8통의 우편물을 지켜낸 차선우 집배원 등 3명의 추모비도 세워져 있다.

집배원은 늘 사고위험에 노출되는 ‘극한직업’ 가운데 하나다. 격무와 교통사고, 그리고 언제 맞닥뜨릴지 모를 돌발사고가 그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우정의 발전과 국민적 신뢰는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은 “우체국이 변함없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순직한 선배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전사적이고 실효성 있는 안전사고 예방과 근무환경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_id=201304161523051#csidx4af0a93d97b7cd98a384ae248a1bd76   

출처 :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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