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어요. 당신이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이 편지를 쓰고 있죠.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시라고 무지개를 보내드릴게요. 하실 수 있다면 제 편지에 답장을 써주세요. 당신의 이웃, 넘버 9으로부터.”
영국 뉴캐슬에 사는 다섯 살 키라는 코로나19로 격리된 노인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썼다. 영국의 교육봉사 단체들이 코로나19로 격리된 사람들을 위한 편지쓰기 운동을 하면서 키라의 편지가 93세 할아버지 론에게 닿았다. 론은 답장을 보냈다. “나도 너처럼 집에 갇혀 지내고 있지. 그래도 네가 걱정해준 덕분에 기분이 매우 좋아졌단다. 여기도 상황이 매우 좋지 않지만 우린 최선을 다해서 이 상황을 이겨낼 것이고 모두가 건강을 되찾을 거라고 믿는단다. 네가 보내준 무지개 그림은 정말 멋지구나. 많은 사람이 무지개를 볼 수 있도록 내 창가에 두었어. 편지를 써줘서 정말 고맙단다. 너도 어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으면 좋겠구나. 넘버 24. 론으로부터.”
이 편지들은 론의 손녀인 루이자 스미스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주고받은 짧은 손편지는 문장 하나하나마다 상대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편지의 힘이다. e메일·휴대전화·소셜미디어(SNS) 등을 자주 이용하면서 그간 잊고 지냈던 경험을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론의 손녀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할아버지는 편지의 주인공이 다섯 살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감동하셨다”며 “아름다운 세대 격차”라고 했다. 한국의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였던 중국인 환자도 “당신들은 나의 영웅”이라며 의료진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코로나19 확진으로 호주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던 영화배우 톰 행크스도 코로나 드 브라이스라는 여덟 살 소년의 안부편지를 받았다. 코로나는 “뉴스에서 당신과 아줌마가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들었어요. 괜찮으세요?”라며 “저는 제 이름을 좋아하지만 학교에서 저는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는 애들이 있어 슬프고 화가 나요”라고 했다. 톰 행크스는 이렇게 답장했다. “네가 보내준 편지 덕분에 아내와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아졌단다.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코로나라는 이름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야. 코로나는 태양 주위에 있는 고리, 혹은 왕관을 뜻하기도 하지.”
위기의 시대에 이런 에피소드 몇 개로 마음이 훈훈해지는 건, 우리가 이런 위로와 응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받는 일을 그만큼 잊고 살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배우자에게, 부모님에게, 자녀에게, 이웃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편지쓰기가 너무 어렵다고? <기적의 손편지> 윤성희 작가는 7 대 3의 법칙을 소개한다. 편지를 쓸 때 받는 사람의 이야기를 70%, 내 이야기를 30%의 비율로 쓰라는 거다. 그만큼 상대에 관심을 갖고 공감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는 또 멋진 문장을 쓰려는 욕심을 버리라고 말한다. “이 세상 어디에도 당신이 찾으려고 하는 멋진 문장은 없다. 어떤 멋진 문장보다 당신의 솔직한 문장 하나가 낫다.”
마침 우정사업본부가 편지쓰기 공모전을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오는 6월 12일까지 ‘힘내라 대한민국’을 주제로 ‘2020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편지를 쓰면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A4용지 크기의 편지지 기준 1장 내외 또는 띄어쓰기 포함 글자 수 2000자 이내다. 참가 신청은 공모전 홈페이지(www.lettercontest.kr)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