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는 한국과 일본이 수교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인데 아마도 수교 이래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터라 50주년이란 수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양국관계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우표발행 등의 계획이 전혀 없지만 일본은 6월 22일 '일한국교정상화5주년' 제하 기념우표 2종을 발행했다. 물론 10매들이 소형전지 형태의 발행. 도안은 한복과 기모노를 입은 여성 및 양국의 국화(國花)인 무궁화와 벚꽃을 그린 것.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도안의 감수를 일반재단법인 국제문화복식학회이사장인 시미즈 도키꼬(淸水都岐子)란 사람과 한복 디자이너인 이 향순(李 香順)이란 재일교포가 공동으로 맡았다는 사실이다.

이 향순이란 디자이너는 44세의 한국인으로 광주출신인데 일본에 건너가 도꾜모드학원(東京モード學院) 디자인과에 입학하여 한복과 양복의 디자인을 공히 연구한 경력의 소지자라고 한다. 일시적으로 이탈리아에 유학한 적도 있으며 현재는 재일교포 문광수(文光秀) 씨와 함께 도꾜 신주꾸에서 한복 판매와 대여 및 사진 스튜디오를 겸한 '추억'(思いで)이라는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이 향순 씨가 우표의 감수를 부탁받은 것은 작년 12월의 일로 일본측으로부터 별다른 조건없이 디자인과 쇄색 등의 조언을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일본우취협회의 코리아우표부회는 6.26-28간 우표박물관 관내에서 일한국교정상화50주년 기념 우표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사진에 제시한 기념특인까지 발주한 바 있다. 도안은 금동미륵반가상과 후지산 위를 나르는 항공기. 주된 전시작품은 '해방우표, 해방엽서', '조선우편사', '대한제국의 엽서', '북한' 등이며 관련 기념봉투를 포함, 나만의 우표를 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출처는 잘 알 수가 없으나 7.17-19간 개최된 한국우표전시회를 기념한 특인도 本所라는 곳에서 사용되었는데 도안은 부채춤을 추는 한국 여인을 그리고 있다. 양국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비하면 최소한 일본쪽 우취계에서는 수교 50주년 행사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고 있는 셈이다.

2. 한데 일본내 혐한주의자들이 이 우표의 발행을 두고 굴욕적이라느니 발행할 필요가 없었다는 등의 신랄한 비난을 가했다는 것으로 보아 아예 관련 우표를 발행하지 않은 우리는 최소한 그런 내부적 논란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겠다. 하지만 한국의 네티즌들이 일본이 발행한 우표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더 예쁘게 나왔다고 항의성 댓글을 달자 이에 일본인들이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등 다시 시끄러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서 나돌고 있다. 한편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한일 양국이 공동우표를 발행했다고 하는 엉터리 뉴스를 게재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요사이 트렌드로 보아 당연히 공동발행 우표가 나왔을 것으로 지레 짐작한 데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