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다 그렇지만 요사이는 각국의 역사와 문화적 요소들을 상징적으로 표현 한다기보다는
그저 잘 팔리는 우표들을 집중적으로 발행하는 추세가 지배적이다. 미국 또한 국내적으로 갖가지 논란이 야기
되고 있는 와중에 지난 10월 6일에는 배트맨 우표를 내기에 이르렀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Bob Kane이란 인물이
배트맨 만화를 창시한지 75주년이 되는 것이 바로 올해. 배트맨은 슈퍼맨과 원더우먼 등과 함께 미국만화 또는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데 1939년 ‘고담 시’를 배경으로 탄생한 이래 꾸준히 인기를 누려 오면서
다기다양한 에피소드와 패러디, 각종 만화외적인 소문들까지 만들어 낸 장수만세 캐릭터이다.
그리고 오는 12월 5일에는 NBA 농구 스타 윌트 챔벌레인(Wilt Chamberlain) 기념 연쇄우표가 발행될 예정이다.
농구의 신이라고 하면 당연히 마이클 조던을 떠올리겠지만 한 게임에 100포인트를 득점한 세계 유일의 선수는
바로 이 윌트 챔벌레인이었다. 우표도안은 그가 몸담았던 ‘필라델피아 워리어즈’와 ‘로스 앤젤레스 레이커즈’
유니폼을 입은 사진에 기초한 것. 챔벌레인은 1959-1973간 NBA에서 활약하는 동안 통산 31,419포인트를 기록
하면서 당대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기록은 쿵후 스타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에 나왔던 카림
압둘 쟈바(Kareem Abdul Jabbar)가 1984년에 깰 때까지 유지되었다. 그는 1,250개 정규 시즌 및 플레이 오프
게임에서 단 한 차례의 파울도 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리바운드 횟수 23,934개라는 경이적인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해리 포터의 등장이래 지미 핸드릭스, 제니스 조플린과 같은 팝 아티스트들을 대거 우표에 등장
시키는 한편, 내년에는 스티브 잡스도 우표에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서는 대중적으로
익히 아는 인물들이 우표에 나타난다는 쇼비즈니스적 뉴스와 함께 우표인면에서만큼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치를 존중해 온 미국우정이 이처럼 상업적으로 물들고 있다는 데 대해 많은 우려와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 복잡한 실정이다. 예전에 인기만화 우표나 엘비스 프레슬리가 나왔을 때는 시선한 감마저 들었으나 이제는
식상할 정도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미국우표의 전통적 품위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만연되어 있는
상황이다.